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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챇챇의 관리자 중 한 명인 타타입니다.

앞선 게시물이나 대화록을 보신 분들은 문득문득 제 이름이 등장하는 걸 보셨을텐데요. 저도 챇챇의 몇몇 북클럽에 참여자로서 참가하고 있기 때문이지요.

관리자 특권(?)으로 가끔 북클럽 책이나 북클럽으로 하려는 책을 읽는 도중 떠오른 생각들을 자유롭게 이곳에 적어보려고 합니다. 챇챇 북클럽은 모임 전 ‘자유메모'라는 걸 각 북클럽의 노션 메모장에 올려야 하는데요. 감상문까진 아니고, 책을 읽으며 떠오른 생각들이나, 인상깊었던 구절들을 메모한 후, 모임날 그것에 관해 서로 이야기해봅니다.

오늘은 읽고 있는 북클럽 책이 없기 때문에 챇챇 모임의 초기 아이디어를 얻었던 일본의 아즈마 히로키라는 사상가의 ‘겐론카페'에 관해 말해보겠습니다. 사실 다른 분들과 같이 만들다보니 ‘겐론카페'와는 전혀 다른 그림이 되어버렸습니다만, 제 머릿속에 있던 초기의 아이디어는 그랬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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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생소할 사람에겐 생소하고, 익숙한 사람에겐 익숙할 아즈마 히로키라는 일본 사상가는 한국에선 <동물화하는 포스트모던>이란 책으로 그나마 알려졌을 텐데요. (책 내용을 대충 요약하면 ‘오타쿠'라는 현상으로 바라본 일본 문화비평서에 가까운 책이지요.) 물론 지금은 서브컬처 비평은 잘 하지 않습니다만 이전까진 애니메이션 좋아하는 철학 오타쿠 같은 이미지의 인물이었습니다.

그가 만든 출판사의 이름이 ‘겐론'이란 곳입니다. ‘겐론’은 일본어로 ‘언론’이란 뜻인데, ‘겐론카페’의 탄생에 관한 더 길고 구체적인 맥락을 알기 위해선 연구자 안천의 아즈마 히로키 인터뷰집인 <철학의 태도>를 읽어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여튼 아즈마 히로키는 본인 출판사에 ‘겐론카페’라는 작은 공간을 내면서 ‘철학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겐론카페’라는 공간을 통해 플라톤의 <대화편>을 떠올렸기 때문인데요. 아래 인용문을 읽어보시죠.

“플라톤의 <대화>를 읽어보면 소크라테스는 철학자하고만 이야기했던 것이 아니다. 군인, 기업인, 정치인 등 다양한 사람들과 멋대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을 만드는 것, 그것이 철학적 사유의 원점이라면 겐론 카페가 비슷한 공간이라고 보았다.” <철학의 태도> 1부 (전자책이라 종이책 쪽수를 모르겠네요)

위대한 고전의 반열에 올라버렸지만, 플라톤이 정리한 소크라테스의 대화집은 사실 그가 다양한 사람을 만나며 술 마시고 대화한 ‘대화록’ 모임집이라 할 수 있습니다. 오늘날엔 다른 학문이 아닌 철학도 ‘논문’을 써야만 ‘철학자’가 되는 것처럼 되어버렸지만, 사실 강연록을 포함한 대화록과 에세이(수상록)는 늘상 철학적 글쓰기의 두 가지 방법론이었습니다.

철학까진 아니어도 우리가 나눈 ‘대화’라는 건 굳이 문어체의 글로 정제되지 않더라도 꽤 가치 있지 않을까? 생각보다 괜찮을지도? 라는 생각은 독서모임을 하는 내내 드는 생각이었죠. 스무살 이후 제 독서 경험의 반은 누군가와 함께 책을 읽는 시간들이었습니다. 작게는 두 명이서, 많게는 열 다섯 정도의 인원이 같은 책을 읽고 생각을 나누는 모임을 어쩌다 보니 꾸준히 지속하게 되었죠. (챇챇이 소규모 모임 인원을 추구하는 건, 제 경험상 인원이 많아지면 ‘의견의 나열’ 이상의 대화가 힘들어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면서 가끔 느꼈던 건 ‘같은 책을 이렇게 다르게 읽을 수 있나?’라는 의문 내지는 신기함이었습니다. 물론 거기에는 책 내용에 관한 오해도 더러 섞여 있겠지만, 그 오해 마저도 끝가지 밀고 나가면 그건 어엿한 그 사람의 ‘의견’이 될 수 있다고 저는 믿습니다. ‘저자의 죽음’을 말하는 시대에(실제로 죽었다는 게 아님), 책에 관한 ‘정확한 독해’라는 게 사실 뭔 상관이겠습니까. (절대 책을 대충 읽자는 얘기가 아닙니다)

그 오해를 포함한 생각의 교환을 다시 텍스트로 기록해보면 어떨까? 그 순간에만 현현하고 사라지기에 ‘대화’는 가치 있는 것일 수도 있지만, 약간 아까우니 적어보면 어떨까? 우린 좋아하는 팟캐스트의 대화록을 책으로도 굳이 사서 읽어보니까요. 더불어 ‘나’가 포함된 대화의 현장을 그 시간을 지나 텍스트로 다시 읽어본다는 건, 생각보다 뿌듯하고 부끄럽고 묘한 희열을 주는 이상한 행위입니다. 그 기록과 읽기가 가치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지금 챇챇에 모여있는 거고요.